반도체 업에 10년 가까이 종사한 사람으로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칩4 동맹' 에 관해서 알아야 겠다 싶어 읽어 봤다.
책은 이틀 정도 만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책의 흐름은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일본 반도체 회사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한국에 가장 위협이 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현 상황, 한국 반도체 업계가 처한 현실과 전망, 그리고 앞으로 주요한 미래 기술 변화와 준비해야 할 점도 제안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권석준 님이시다. 전공은 반도체 소재나 공정 쪽이신 것 같고, 해박한 지식 기반으로 반도체 패권 싸움에 어떤 기술이 중요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현직 교수님이 쓰신 책이긴 하지만, 기술적인 내용 이외의 것에 대한 판단은 결국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 놔야 하겠다. 일본이 왜 흥하고 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다소 교과서적인 표현으로 정리되어 있다. 저자의 주장은 결국, 정부의 역할과 기업들의 기술 노드(Node) 전략, 그리고 미국의 견제 정책 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 세가지의 복합적인 작용의 결과는 일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의 몰락을 가져왔고, 현재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도와줬다고 한다.
현재 중국은 미국 산업안보국(BIS)의 이른 바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안' 때문에, 미국으로부 제품, 제조 장비 모두 수입이 금지된 상태이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향후 몇 년 동안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에 제동을 거는 것이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반도체 소비시장을 잃게 된 한국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졌다.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다. 중국 시장을 잃게 되어 단기간으로는 힘들겠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4국 동맹(일본,대만,한국,미국)을 통해 미래 기술에 대한 미국과 파트너쉽을 강화하고, 반도체 기술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초 연구 투자, 정부의 적절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업계가 처한 상황이 지난 IMF 금융 위기 이후로 최대로 어려워 보인다. 가까운 중국을 아예 등지는 것이, 태평양 건너 미국의 이해 관계에 맞춰 고개를 숙일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개인으로서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에 맞는 선택과 행동을 해 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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