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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 리뷰 #2-1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는 <Chip War: The Fight for the World’s Most Critical Technology> 의 한글 번역판으로 올 해 5월 19일 출판 예정이다.

 

 이 책의 저자는 터프츠 대학의 국제 역사 조교수인 크리스 밀러(Christopher Miller) 로 러시아 정치, 경제,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신 분이다.

 

 주요 내용은 반도체 산업 태동기에 전설적인 인물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어떤 계기로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는지 다루고, 과거 반도체 공급망이 왜 아시아에 집중적으로 형성될 수 있었는지 역사적인 관점에서 알려준다. 그리고, 미국 외 국가로 형성됐던 공급망이 불러온 과거 일본과의 경쟁, 현재 중국과의 상황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좀 특별하다. 러시아 전문가의 '왜 미국은 냉전 이후 발전하고, 러시아는 그렇지 못했는가' 에 대한 질문을 반도체 산업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러시아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형성됐고 실패했는지 관련 인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 있어 쉽게 읽힌다.

 

 지금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가 된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와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대한 소개도 재미있다. 실리콘 웨이퍼에 매우 작은 회로를 그리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소형화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한 핵심 기술이다. 포토레지스트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에 사용되는 재료로, 19년도 일본의 반도체 수출금지 무역품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중요한 재료이다. 그 당시에 일본 필름 회사였던 Kodak 에 찾아가서 포토레지스트를 사서 쓸만한 지 실험해봤는데, 그때만 해도 품질이 좋지 않아서 직접 원심 분리기 같은 장비를 사용해 가공해서 실험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세계 포토레지스트의 90% 이상을 제조하는 일본 기업들이지만 당시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품질이 좋지 않은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업계가 독보적인 기업이 됐을까? 해답은 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1980년대의 도시바, 히타치, NEC 같은 기업들의 눈부신 발전으로 포토레지스트 산업도 동반 성장하게 됐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반도체 산업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한다는 반덤핑 제소, 엔화 절상, 반도체협정을 통한 원가 공개 요구 및 관세부과 등을 통해 일본 기업들을 압박했다. 그런 와중에 일본 반도체 생산 기업들은 자국 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1990년 초부터 메모리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가나기 시작했고, 미국과 일본에서 삼성에 장비나 부품을 납품하지 않고 지연시키거나 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삼성은 장비, 부품 국산화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삼성과 긴밀히 협력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전망이 밝지가 않다. 하지만, 이럴 때 체질 개선의 계기로 '소부장 국산화'의 계기로 삼는다면 반도체 초격차를 앞으로 5년,10년 더 유지할 수가 있을 것이다.

 

 

참고 기사

1. "[한국 반도체 50년]<12> 삼성발 장비 국산화 대표 성공사례… PSK, 애셔 시장 1위로 우뚝", <전자신문>, 2016-10-19 : https://www.etnews.com/20161019000255